손칼국수 2,500원. 수제비 3천 원. 효종갱(曉鍾羹)을 고아서...
손칼국수 2,500원. 수제비 3천 원. 효종갱(曉鍾羹)을 고아서... |
< 손칼국수 >
점심시간이 되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날마다 하는 일인데 먹을 것을 정하여 한 끼니 먹는 일이 쉬운일이 아니다. 정하여진 식당과 메뉴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지만 간혹 길거리에서 때를 만나면 한끼 먹거리를 골라 먹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며칠전에는 바지락칼국수를 먹었다.
그런데 식당 주인 부부가 값을 올려야 한다는 의논이 한창이다. 밀가루 한 포대가 2만원으로 올랐는데 어떻게 차려 내느냐에 따라 50~100그릇이 나오니 그래도 가장 많이 남지만 값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젠 5천 원으로 점심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전에 먹던 것 보다 싼 음식을 골라봐도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그나마 5천원 수준이면 해결 할 수 있었던 칼국수 값을 올리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이젠 아예 점심 값을 1만 원대로 잡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안 가본지 오래지만 서울 종로3가의 어느 골목에선 2,500원에 밥 한 상을 잘 먹을 수 있었다.
김치며 여러 반찬이 입에 맛는데다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밥솥을 열어 놓고 마음대로 퍼다가 먹으라고 하니 여러사람이 앉은 밥상의 한 귀퉁이에 겨우 앉아서 먹어도 그 근처에 가면 일부러 그 집을 찾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밥도 맛이 있고 반찬도 맛이 있으니 자리가 없더라도 일부러 찾아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오늘92013.01.24 목) 점심은 2,500원 짜리 손 칼국수를 먹었다.
동대문 전철역 5번출구와 6번출구를 지나면서 점심을 뭘 먹을까? 저기 뒷 골목에 들어가면 김치찌개가 맛이 있던데 그리갈까? 궁리하면서 길을 가는데 '홍OO 칼국수'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딱 들어 섰는데 먼저 눈에 드는 것이 "김치와 물은 셀프 입니다"란 글이다. 늘 저 '셀프'란 말을 다른말로 바꿀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다. 자리에 앉았는데 엇! "요금은 선불입니다"란 글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선불이고 김치와 물이 셀프라니 별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카운터에 손칼국수를 시켰더니. 헛! 2,500원이라고 한다.
순간 이 것 아주 맛이 없는 것 아닌가 싶어 나갈까 말까 망서리다가 주저주저하면서 돈을 내고 김치를 찬그릇에 담고 물을 컵에 담아 자리에 가서 앉았더니 채 2분도 되지 않아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손칼국수가 나온다. 그런데 앗! 맛있다. 멸치국물 냄새와 함께 입안에 사르르 맛이 감돌고 칼국수도 꼬들꼬들하다. 먹으면서 주방을 바라보니 한 사람이 칼국수를 열심히 자르고 있고, 한 사람은 큰 솥에서 잇따라 면을 건져내어 그릇에 담아 내고, 또 한 사람은 설거지를 하면서 면을 담아낸 그릇에 양념과 국물을 부어주고 한다.
생각지 않게 2,500원 짜리 맛있는 순정 손칼국수를 먹게 되었다.
서울에 이렇게 영업하는 집이 몇 곳 있는 것 같다. 인사동에 가면 국밥을 2,500원씩 새벽에만 파는데, 선불을 주고 배식을 받아 길거리에 서서 먹는데, 준비한 음식이 떨어지면 그날 영업이 끝난다. 이 인사동 국밥집은 신문에도 난 적이 있다. 또 위에 말한 종로3가의 식당도 발디딜 틈이 없다. 그런데 오늘 같은 유형의 칼국수집을 만난 것이다.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 집 뿐이 아니었다. 냉면 3,500원. 짜장 우동 2,500원. 일대의 여러 식당들에 내걸린 가격표를 보면서 서울에 이런 거리도 있었구나 하면서 길을 간다.
난 여러지방을 많이 돌아 다닌다.
그래서 세운 원칙이 하나 있다. 어디를 가던지 아무데서나 식사를 하지 않는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돈이 더 들더라도 그 지방의 이름난 곳을 찾고, 또 이름난 음식을 찾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 들면 수첩에 기록한다. 그래서 전국의 많은 음식점의 주소가 내 수첩에 적혀 있다.
오늘 입맛에 맞고 맛있는 손칼국수집 하나가 내 수첩에 더 올랐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시대에 벌써 해장국을 배달하였다고 한다.
효종갱이 그것으로 하루종일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 등을 토장에 섞어 푹 고아서 새벽에 통에 담아 서울의 양반집으로 배달하면 숙취해소용으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남한산성의 원조효종갱집(고OO천) 등에서 명맥을 이어오던 것을 경기도 광주시에서 '남한산성 효종갱'으로 상표등록까지 하였다고 한다.
효종갱(曉鍾羹) 갱(羹)이란 국을 한자로 쓰는 말인데, 새벽종이 울릴때 먹는 해장국이란 뜻이라고 한다.
양반님네들이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 등으로 요리한 고급 해장국을 배달받아 먹을 때 민촌들은 손수 손칼국수를 끓여 속을 풀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집에서 효종갱을 고아 그 국물에 손칼국수를 끓여 먹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효종갱과 민초들의 손칼국수가 어울리면 그도 멋지게구나, 혼자 별 생각을 다한다.
< 효종갱: 하루종일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 등을 토장에 섞어 푹 고아 만든 해장국 >
.밝 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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