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와 앞이야기와 새이야기와 올이야기...
옛이야기와 앞이야기와 새이야기와 올이야기... |
옛이야기와 앞이야기와 새이야기와 올이야기
옛이야기? 옛날이야기 말인가? 세월이 가면서 자꾸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운운하면서 옛이야기나 하고 있어서야 되겠냐고? 그러나 옛이야기가 추억일 수 만은 없다. 새이야기를 하려면 옛이야기가 없고서는 안 된다. 새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앞이야기나 올이야기를 하려면 옛이야기를 들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유튜브에서 듣는 가곡 옛이야기 http://youtu.be/jQxqSXnBKxU >
< 옛 이야기. 외로움에 아픔에 나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
시인 소월 김정식
원래는 소월素月이라고 하지만 난 항시 소월小月로 부르는 게 더 정겨운 서정시인. 그가 쓴 많은 시가 가곡으로 혹은 가요로 작곡되어 불려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그의 시詩가 우리의 정서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이야기, 옛이야기보다 올 이야기 새이야기가 더 소담스러울지 모르지만 간혹은 옛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곡 옛이야기가 가끔 내 입가에 맴돈다. 일부러 끌어내서가 아니다. 어~ 또! 하도록 나도 모르게 그 노래가 내 입에 걸려있는 경우를 자주 겪는다. 걸으면서도, 신문을 읽다가도, 운전중에도,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가 있다.
◇ 옛이야기 - 김소월 - ◇
♬~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며는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나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나는 웁니다.
♬~ 이한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하염없는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소월의 옛이야기가 왜 저렇게 밤이고, 외롭고, 눈물에 울고, 하염없이 슬픔에 울까? 그리고 나는 그다지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으면서 이 싯말을 노래한 가곡 옛이야기가 좋을까? 그러고 보니 동심초도 그렇다.
소월의 스승 안서岸曙 김억金億이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薛濤의 춘망사春望詞를 역시譯詩하였다는 동심초同心草의 노랫말도 옛이야기 만큼이나 마음을 정적에 들게하는 노래다.
동심초가 춘망사春望詞 즉 봄을 바라는 것을 창작적으로 역시譯詩한 것이니 봄인 지금이 옛이야기와 동심초에 딱 들어 맞는 계절이겠다. 옛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옛날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많이 들었던 김성애라는 소프라노가 부르는 동심초를 듣고 싶은데 이제는 그 노래를 찾을 수 없다. 김성애도 지금은 70세가 훌쩍 넘은 앞선이(*)가 되어 있을 텐데 어쩌겠는가? 사람도 옛이야기가 되는가? 그러니 새로운 성악가가 부르는 노래라도 듣는다.
( * 앞선이: 고령자의 다른 말. 앞서 낳서 앞서 살다가 앞서 살아온 지혜로 어린이 젊은이를 끌어 주고 앞서 가니까 앞선이 )
< 유튜브에서 듣는 가곡 동심초 http://youtu.be/Wb2omxxne4s >
◇ 동심초 - 김억 譯詩 - ◇
-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의 춘망사 3연 -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한데
不結同心人 (불결동심인) 한마음 그대와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공연히 풀잎만 맺고 있다네
♬~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 사천성 성도의 망강루望江樓 설도상薛濤像 >
봄이다.
옛이야기와 동심초를 더불어 올해도 봄을 기막히게 멋지게 살아야겠다.
옛이야기를 듣고 동심초를 듣고 베르테르라는 노랫말이 들어간 멋진 노래 박목월의 시를 노래한 사월의 노래의 생명의 등불과 빛나는 꿈의 계절인 봄을 만끽하면서...
< 유튜브에서 듣는 가곡 사월의 노래 http://youtu.be/6GPA-2jRQi8 >
◇ 사월의 노래 - 박목월 - ◇
♬~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박목월.. 사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아래서 >
옛이야기와 앞이야기와 새이야기와 올이야기(*)
옛이야기기 추억일 수 만은 없다. 새이야기를 하려면 옛이야기가 없고서는 안 된다.
새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앞이야기나 올이야기를 하려면 옛이야기를 들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새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 앞이야기는 바로 앞의 이야기. 올이야기는 새로 오게 될 이야기)
목월이 노래한 대로 생명의 등불과 빛나는 꿈의 계절인 봄은 옛이야기 앞이야기 새이야기 올이야기에변함이 없을 것이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으면서 피리까지 부는 낭만을 즐기지 않아서 되겠는가? 봄을 만끽하자...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