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煎. 이름도 다양한 부침개 지짐개.. 왜 주식이 아닌 부식으로만 먹을까?
전煎. 이름도 다양한 부침개 지짐개.. 왜 주식이 아닌 부식으로만 먹을까? |
전煎. 찬으로 먹어도, 간식으로 먹어도, 혹은 배고플 때면 밥 대신 먹어도 맛이 있다.
내가 요리 하지는 못하지만 자주 그리고 맛있게 먹는 것이 전이다. 우리 집에는 거의 매일 전이 끊기지 않는다. 전은 밀가루 반죽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재료를 넣어서 그럴 수 있는지 모르지만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면 전을 부쳐 먹는다. 전은 부친다고 많이 말하지만 간혹은 지진다고 하기도 하는데 둘 다 맞는 말일까? 아무려면어떻겠는가? 지져 먹고, 부쳐 먹고, 간편하고 쉽게 요리하여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아주 좋은 우리 음식인 것이다.
< 부추전 반죽.. 부추전, 애호박전, 김치전 등은 우리집에서 자주 부쳐 먹는 전이다. >
중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집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생선튀김을 팔았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파는 생선튀김은 맛이 기가 막혔다. 용돈이 부족하여 맘대로 먹을 수 없는 것이 항상 안타까웠다. 덤으로 그 할아버지의 딸이 가끔 포장마차에 와서 도우미를 했는데 예쁜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도 포장마차에 가는 재미 가운데 하나였다.
난 그렇게 생선은 그냥 튀김으로만 먹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생선으로도 얼마든지 전을 부쳐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빈대떡은 어떤가? 빈대떡도 전 같은데 왜 떡이라고 할까? "빈대떡 신사"라는 멋진 노래를 부를 때면 더 그런 생각을 한다. 빈대떡도 전처럼 부쳐 먹는 것 아닌가? 우륵문화재가 열리는 충주의 탄금대에서 빈대떡을 먹었을 때의 기억을 항시 간직하고 산다.
알고보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튀김보다는 전을 많이 부쳐 먹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중학교 다닐 때 포장마차에서 먹던 생선튀김이 사실은 전이었던지도 모르겠다. 간혹 시장 같은데서 튀김집을 만나면 생선튀김을 묻지만 없다고 한다. 가시를 빼고 비늘을 다듬는 등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튀기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빈대떡이나 수수부꾸미 동그랑땡 등도 좀 다른 듯 싶지만 나로서는 전과 다르지 않다. 또 제사상에 주로 오르는 산적(散炙)도 그렇다. 빈대떡도 수수부꾸미도 반죽을 하여 부쳐내지 않는가? 적(炙)은 그냥 고기만을 쩌내기도 하지만 반죽을 입히기도 하니 다른 듯 같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위클리공감에서 "전 앞에서 전전긍긍?"이라는 글을 만났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전에 대해서 짧은 글로 모든 이야기를 다 하여 놓은 듯하다. 그 글을 링크하였으니 독자들 쎄서 직접 읽어도 되겠지만 여기에 일부를 옮긴다.
* 위클리공감 "전 앞에서 전전긍긍?"(2013.05.13 no.208 58쪽) <== 클릭 http://me2.do/GXiC2xmb
-전의 종류-
전은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생선 종류로 만드는 전에는 숭어·민어·대구·명태·도미·준치·가자미·병어·광어·뱅어·웅어·밴댕이·비웃·북어·잉어 등과 여러 생선의 이리까지 쓰였고 굴·조개·새우·낙지·오징어·게·해삼·패주 등의 해산물로도 만들었다. 육류로는 소의 살코기는 물론 도가니·등골·양·천엽·간·선지와 돼지고기·닭고기 등으로 전을 해먹었다.
채소류로는 호박·배추·목이버섯·석이버섯·표고버섯·고추·연근·가지·깻잎·더덕·양파와 참나물·고사리 등도 전의 재료가 되었고 심지어는 청포묵·비빔밥·두부·김치로도 전을 만들었다.
철 따라 피는 꽃으로도 전을 지졌는데 삼월삼짇날에는 진달래꽃으로 두견화전, 중양절에는 국화전을 해먹었고 장미꽃·봉선화·맨드라미 등도 원료로 썼다.
그 외에 다진 쇠고기와 두부에 갖은 양념을 해서 지져내는 육원전이 있는데 흔히 동그랑땡이라고 하는 것이다. 육원전을 돼지고기로 만들면 돈전(豚煎)이라고 했다. 양동구리는 양을 곱게 다진 후 녹말가루와 달걀을 섞어서 만든 전인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별난 전으로는 참새전유어도 있다. <시의전서>는 그 요리법을 “참새 털을 깨끗이 뽑아버리고 쇠고기를 넣어 곱게 다진다. 양념을 넣고 재워서 화전같이 얇게 만들어 가루를 약간 묻혀 달걀을 씌우고 지져 초장에 쓴다”고 했다.
파전도 전의 한 종류라 할 수 있겠는데 식품사학자 고(故) 이성우 교수는 “중국의 전처럼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고 빈자떡처럼 밀가루를 연결제로 썼을 뿐이니, 엄밀한 뜻에서 우리나라의 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 이상 위클리공감 "전 앞에서 전전긍긍?"(2013.05.13 no.208 58쪽)에서 인용)-
< 간혹 가는 5일장에서 부쳐 파는 수수부꾸미는 한 장에 5천원이어서 좀 부담스럽지만 자주 먹는다. >
세상에~
가지전 ·감자전 ·메밀전 ·애호박전 ·풋고추전 ·파전 ·부추전 ·김치전 ·완자전 ·양파전 ·연근전 ·표고전 ·게전 ·내장전 ·대합전 ·부아전 ·육전 ·처녑전 ·양전 ·간전 ·등골전 ·생선전 ·굴전 ·수수부꾸미 ·빈대떡 등 등 등...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 재료로 전을 부칠 수 있는가 보다.
생선과 조개류와 오징어 해삼 등의 해물류와 채소와 버섯과 묵과 밥과 두부 까지 전의 재료가 된다니.. 하기야 김치전은 집에서 가장 많이 먹는 전이다. 그리고 동그랑땡도 전의 한 종류이고 참새를 원료로 한 전도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옛부터 화전놀이란 말은 있었다. 그러나 나만 그럴까? 왜정시대倭政時代 각박한 세상을 넘어 오면서 잊었을까? 지금은 화전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있는데 내가 모르는지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런데 꽃, 진달래꽃 국화 장미 봉선화 맨드라미 까지 전의 재료로 쓰인다니 놀라는 것을 지나 당황스럽기 까지 하다.
화전(花煎)을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체면불구하고 앞치마를 두르고 전을 지지고 부쳐 볼까? 내가 아는 어느 서예가는 요리가 취미이다. 시간이 나면 요리를 한다. 난 그에게서 처음으로 전어회를 맛 봤다. 그 분이 전어회란 것을 맛 보여 줄 때까지 전어를 회로 먹는다는 것을 몰랐다.
1970년대 후반에 삼겹살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이어서 아나고(붕장어)회를 시작으로 회를 먹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귀하여선지 돼지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감자탕이나 삼겹살이 1960년대를 지나 양돈사업이 산업화하면서 먹기 시작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회는 어떨까? 아마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회를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니 바닷가 출신인 그 서예가가가 1970년대 후반에 내게 전어회를 맛 보여 줄 수 있었으리라. 난 그 때까지 아나고(붕장어)회를 겨우 맛본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 서예가 처럼 나도 칼을 들고 부엌에 들어 전을 부쳐 볼까?
얼마전 여기에 "우리나라 옛 사람들의 식생활. '장국타령'과 '눅거리 음식점'..."이란 글을 올렸다.
내가 올린 이 글에 내가 장국타령으로 알고 있던 눅거리 음식점이란 노래가 있다. 그 노래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침엔 밥, 점심엔 떡, 저녁엔 죽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은 왜 빠졌을까? 전은 끼니 때마다 찬으로 혹은 부족한 식량을 메우기 위한 간식으로 먹었기 때문에 빠진 것이 아닐까?
알았으니 되었다. 꽃전. 생선전. 고기전...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맛을 보고 또 즐겨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나는 집에서 전을 즐겨 먹는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 모두 전을 즐겨 먹는다. 주로 채소가 원료이다.
그런데 이제는 생선이나 꽃 등 다양한 재료를 쓴 전을 먹어 봐야 하겠다.
내가 요리하지 못하면서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다양한 전을 부쳐 달라고 집에 말할 수 있을까 주저 스럽다.
그러나 모두 즐거울테니 집에서 위에 등장하는 다양한 재료로 전을 부쳐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야 하겠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