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집? 나뭇가지와 삐비풀로 엮은 오두막... |
우리나라에 지금 오두막이 있을까?
오두막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갈 날이 닥치는 게 아니라 이미 오두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통나무집...
나는 통나무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것 같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을 한 것이고 그러나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되기에 간혹 이야기한다.
며칠전 길을 가다가 통나무학교란 간판을 보았는데 과연 멋진 통나무집이 보이고 굵직한 나무들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은 통나무집을 그렇게 멋진 집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지었던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 생각해도 멋졌던 통나무집을 다시 한 번 지어볼까 하는 생각을 간혹하며 살아간다.
1973년에 주말마다 산에 올랐다.
그런데 매주 텐트를 치고 걷고 하기가 귀찮은 일이기에 서로(曙露 새벽이슬)라고 자칭하는 사람을 머무르도록 하여 아예 주말이면 거점으로 삼고 지냈다. 서로(曙露). 양희은의 노래 아침이슬은 그러면 조로(朝露)인가? 여하튼 새벽이슬로 풀리는 서로가 텐트를 지키면서 부터 한결 산에 오르기가 편해졌다.
여담 같지만 20대 초반의 나어린 청년이었던 서로는 등나무가 얽힌 멋진 지팡이를 들고 다녔는데 그 지팡이에 "세상이란 그저 그런 거라오"라고 새겨가지고 다녔고 통키타를 치면서 해뜨는 집(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아주 잘 불렀었다. 그의 홀어머니가 새아버지를 맞자 집을 나온 그는 어머니가 멀리 서울에서 지방까지 찾으러 와도 만나지 않고 피해다녔는데 주말에 우리랑 함께 지내다 남은 쌀이며 부식으로 식량을 하여 산에서 살았다.
이렇게 산에서 지내다 보니 연말이 되어 날이 추워졌다.
요즘이야 오토캠핑이라하여 장비가 좋지만 당시로선 텐트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는 것은 무리였다. 우리 일당들은 통나무 집을 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통나무집? 말이 통나무집이지 나뭇가지집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등산로와 야영지를 좀 벗어난 곳에 있는 바위에 한쪽을 기대 기둥 4개를 세워 엄지손가락 보다 좀 굵은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엮은다음 산에 지천으로 있는 삐비풀을 베어 묶어서 둘렀을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지붕까지 덮고 바닥에도 1M 높이로 삐비풀을 깔아 푹신하게 하니 제법 주말에 지낼만 하였다. 여기에 호스로 시냇물의 물을 끌어 들이자 다시없는 별장이 되었다.
< 산야에 지천으로 널린 삐비풀. 역으면 짚처럼 가림막으로 사용할 수 있다 >
삐비풀.
흔히 갈대나 억새를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에는 삐비풀이 많다. 대부분의 산에 삐비풀이 널려있고 이를 베어 역으면 볏짚을 엮은 것과 같아 이런 나뭇가지로 엮은 벽을 가리기에 충분하고 바닥에 깔고 위에 침구를 펴면 한기를 잘 막아준다.
그해 겨울 여기에서 제야의 종을 들었고 이듬해 꽃 피는 봄을 맞았고 여름을 지냈고 멋진 시간을 그 오두막에서 보냈다. 그 후 학교를 마치고 군대를 갔다오고 10여년 세월이 흐른후에 거길 찾으니 주인없는 무인산장이 되어 있었다. 소유권 주장을 할 수는 없는일, 그냥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 때의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40년 세월이 흘렀으니 더욱 그 시절 사람들이 그립고 누구보다 서로를 한 번 만나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 삐비풀과 떼로 덮은 오두막 집 >
전원주택. 농막. 산막.
어렵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맘 먹고 나서면 혼자 DIY도 가능하다. 황토벽돌을 손수 만들어도 되고 콘테이너를 놓아 꾸며도 되고 나무를 얽어서 지어도 된다.
괴산 동부리의 올해 73세난 신도식씨라는 분이 9년동안 혼자 50m의 동굴을 팠다고 한다. 이 동굴에서 위장병에 효험이 있는 약수가 나온다고 소문이나 전국각지에서 사람들이 온다고한다. 할머니가 옛칼국수와 손두부를 한다니 나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 가 보아야 하겠다.
* 괴산읍 동부1리 신도식씨... 9년 동안 혼자 50m 동굴 판 할아버지
마을 주민 신도식(73)씨는 SBS의 TV 프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방영되어 유명인이 되었다.
http://www.kjjachi.com/detail.php?number=7655&thread=24r03r01
나도 올해는 어느 산을 찾아 오두막집을 지어볼까?
혼자힘으로 동굴을 50m나 파내는이도 있는데 나라고 오두막 한 채를 혼자 짓지 못하겠는가?
옛 경험도 있으니 몇 달 산을 오르내리며 톱질 낫질을 하면 제법 기거할만한 오두막이 되지 않겠는가?
오두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난 오두막을 지어봐야 하겠다.
우리나라에 이제는 오두막이 거의 없으니 내가 한 채 지어서 살아서 나쁘지 않겠다.
< 유튜브의 이 동영상은 저작권과 관계없이 링크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
해뜨는 집이 오두막이면 더욱 격이 맞겠다.
나도 올해는 어느 산골을 찾아 오두막을 지어야 하겠다.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고 누구 눈치볼 필요도 없고 돈을 많이 들일 일도 없고 아무 때 누구라도 와서 머무를 수 있는 해뜨는 오두막집을 지어야 하겠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