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노래 부르기..  최진사댁 셋째 딸...

 

 

  뒷골목 돌담사이 풀잎모양 할수없이 솟아서는
  남의 손에 뽑힐듯이 뽑힐듯이 나는 살까나...


부초(*) 같은 인생이라고 하지 않는가. 봄이 무르 익었다. 떠돌이 인생살이에서 이렇게 농익은 봄날에 뒷골목 돌담사이에 솟아오르는 풀을 밟으며 아이와 소곤대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찌 행복이 아니겠는가?

(* 부초浮草- 부평浮萍 부평초浮萍草. ‘개구리밥’ 또는 ‘부평초’ 물에 떠서 사는 물풀을 인생의 떠돌이 같은 삶에 비추어 이르는 말)

 

 

  겨우내 아침이면 아이와 하던 산책을 못하였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산책할만 하다. 지난해 산책길에 당시 다섯 살인 아이를 때론 걸리고, 때론 세 발 자전거에 태우고, 또 때론 업고 여러가지 노래를 불렀다.  물론 동요를 부르지만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또 때로는 괜찮을 것 같아 일부러 동요가 아닌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가령 멕시코 민요 "라쿠카라차"나 조영남이 부른 "최진사댁 셋째딸" 그리고 우정의 무대라는 TV 프로에 뽀빠이 이상용이 진행하면서 늘 나오던 "그리운 어머니" 같은 노래들이다.
  하루는 운전하여 길을 가고 있는데 폰이 울려 받아보니 갑자기 "아빠~ 엄마가 보고플 때 해봐~"한다.

잠시 무슨말인가 멈칫하다가 곧 알아듣고 "♪ ♬~ 엄마가 보고플땐 엄마사진 꺼내들고 ~ ♬ ♪" 노래를 뽑는다.  혼자이기에 망정이지 차에 동승자가 있었더라면 곤란할 뻔 하였는데 이애가 한번이 아니라 여러차례 되풀이하여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이럴때는 제가 노래를 배울 때이다. 이렇게하여 노래가 익숙하여 지면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따라하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난다.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노래가 틀려도 바로잡아 줘선 안 된다. 틀려도 혼자 부르게 둬야 하고 그렇게 시간이 가다보면 어느순간에 노래가 바로 잡힌다.

 

꼬부랑 할머니 http://youtu.be/QfqTI2_EUGM

 

가사가 길고 어려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나 "독도는 우리땅" "꼬부랑 할머니"같은 노래도 글자하나 틀리지 않게 외워 부른다. 혹시 내가 함께 부르다 가사가 틀리면 노래를 중단하고 바른 가사를 알려주고 그렇게 부르라고 한다.
  한 번은 병원에 진료대기하는데 구성지게 "그리운 어머니"를 불러 당황하게 한다. 병원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는 아기가 별 노래를 다 한다고 하겠지만 겉으로는 또 불러 보라고 하면서 분위기를 맞춰 준다.  언젠가는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앞에서 "꼬부랑 할머니"를 부르면서 시늉을 내는데 할머니가 귀가 어두워 잘 못 알아 들으셨기에 망정이지...

 

 

멀고 먼 저 옛날 옛적 어떤 마을에
밥만 먹고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가
부모 몰래 낮잠 자다 물벼락을 맞았다네
바우와우와우 파~ 라라라라디디  바우와우와우


멀고 먼 저 옛날 옛적 어떤 마을에
잘속이고 잘훔치는 멍텅구리가
외양간에 소훔치다 뿔에다쳐 다쳤다네
바우와우와우 파~ 라라라라디디  바우와우와우


먹고 나면 떼굴떼굴 안방에 누워
양친부모 속썩이던 등신같은 무용인간
옥황상제 문전에서 알거지가 되었다네
바우와우와우 파 라라라라디디  바우와우와우

불쌍하다 도둑신세 황천길을 못면했네
 
 
  위 노래는 노랫말이 재미 있는데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간혹 부르는 것을 옆에서 듣더니 어느날인가 부터 따라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곧잘 부른다. 

민요 같지만 아닐 것이다. 외국노래의 번안곡으로 생각되는데 내가 10대때 YMCA에서 '씽어롱 와이'라 하여 노래를 가르치는데서 배운 노래로 기억한다.

 그런데 한 절 이 더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불쌍하다 도둑신세 황천길을 못면했네"가 들어갔는데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별 노래를 다 부르는 것인지, 가르친 것인지.. 이렇게 멋지게 부녀가 노래를 부르면 봄을 즐긴다.

 

 

최진사댁 셋째딸 http://youtu.be/OhA5wTco1pU


 

 

  봄이 무르 익었다.
곧 여름이 닥친다해도 그 때는 또 여름노래가 있고 가을노래가 있으니 부녀합창이 끊길 이유는 없다. 부평같이 떠도는 인생이라지만 죽고나서 늙어야지...

그래 죽으면 늙어야지...

난 절대 늙지 않고 있다가 죽으면 한꺼번확 늙어버릴 결심이다.

절대 늙지 않고 있다가...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

Posted by korea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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