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과 진달래꽃 화전과 쑥버무리와.. 구황음식? |
어제 일요일 오후에 여섯살 아이와 함께 나물캐러 나섰습니다.
가로수가 살구나무인 곳이 있습니다. 살구꽃이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살구꽃이 피었다고 알려주면서 고향의 봄을 함께 부릅니다. 그런데 차를 달리다 보니 꽃이 핀곳, 머금은 곳, 겨울나무인 체로 있는 곳, 살구나무의 꽃피는 모습이 여러가지 입니다. 시골길이다 보니 고저가 있고 골에 따라 기온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디는 피고, 또 어디는 머금고, 또 어디는 아직은 겨울나무고, 처음에 가로수를 살구나무로 계획하고 심은 사람은 벚꽃처럼 한꺼번에 피고 지는 것을 생각하였을지 모르지만 그 게 아니었습니다.
< 분홍살구꽃과 살구꽃이 휘드러진 살구나무 >
난 어려서 집 담장 밑에 살구나무를 한 그루 심어 가꾼 적이 있습니다. 1964년 까지 살던 집이었는데 봄이면 얼마나 화사하게 꽃이 피던지.. 그 집에서 이사를 하였지만 군대 갈 때까지 봄이면 그 집에 가서 먼발치에서 살구꽃을 보곤하였습니다. 그래선지 살구꽃 예찬론자가 되었고 봄이면 살구꽃을 찾아 다닙니다. 벚꽃보다 분홍기운이 더 진하고 벚꽃 못지않게 예쁜꽃이 피는 살구꽃이 왜 조경수로 벚꽃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유치원에서 진달래꽃을 가져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교실에서 화전花煎을 부친다고 합니다. 화전놀이란 말을 알고는 있지만 난 아직 화전놀이란 것을 한 번도 하여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화전, 꽃을 붙여서 지진 전을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치원에서 화전을 아이들과 함께 지져 나누어 먹는 시간을 갖는가 봅니다. 유치원도 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김치 담그기도 그 어린 고사리 손들이 하도록 하고, 송편도 빚도록하고 별 것을 다하는데 이번에는 진달래 화전을 지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아직 진달래가 만만하게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차를 주행하여 가면서 진달래꽃 핀 곳을 찾기에 바쁩니다. 3년전 봄에 진달래꽃을 한 바구니 따다가 진달래주를 담가 놓았는데 맛만 보고 그대로 두었는데 지금쯤 맛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물캘 골짜기 도착하였습니다. 저수지가인데 시멘트 포장이 있어 차가 통행하지만 종일 가도 차 몇대가 있을까 말까하는 곳이어서 청정산중이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주에도 살폈는제 쑥이 제법 자라긴 하였지만 아직도 캐기엔 어립니다. 그러나 왔으니 쑥을 캐기 시작합니다. 난 쑥을 하나씩 골라 캐는 것은 소질이 없나 봅니다. 작년 봄에 한 두어번 칼을 들고 어린쑥을 골라 보다가 그만두었는데 올해는 아예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쯤 쑥과 냉이를 캐었나 봅니다.
엄마와 딸이 자리를 옮겨가며 쑥을 캐면서 무당벌레를 찾는데 무당벌레는 눈에 뜨이지 않아 이름모를 풀벌레 몇 마리를 잡아 병에 담아 주었습니다. 아이는 아주 신이나서 이리 저리 뛰어 다닙니다. 난 여기 저기 진달래가 있나 살피기에 바쁩니다. 그런데 이 저수지가는 물가여선지 철이 더 늦나 봅니다. 먼발치에도 진달래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가자. 차를 돌려 오다가 아까 봐 두었던 진달래 핀 곳에 이르러 차를 세우고 진달래꽃 가지를 꺾습니다. 어려서는 주저없이 꺽고 따 먹었던 진달래꽃이지만 이젠 내 산이 아니니 주저하면서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진달래를 내가 꺾어 버려서 경관이 상할까 저어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한 줌 꺾었는데 먼발치에서 쳐다본 집사람은 그만 꺾어도 된다고 합니다. 옆에 온 아이에게 "너도 한송이 꺾어 봐" 했더니 딱 한 송이를 잡아 예쁘게 꺾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애엄마가 애에게 진달래꽃을 따서 먹어 보라고 합니다. 아이는 무슨 맛이냐고 하고 엄마는 진달래꽃 맛이라고 하고, 꽃을 먹은 아이에게 무슨 맛이야 하니가 "맛이없어~" 합니다. 아빠도 어려서 많이 따 먹었어 했더니 애가 화들짝 놀라며 꽃송이를 몇 송이 더 따서 오물오물 하면서 맛을 봅니다. 엄마는 열매를 먹는 꽃은 대부분 꽃을 먹는단다. 아마 살구꽃도 열매를 먹으니까 꽃을 먹을거야. 아이는 제 엄마에게 살구가 무엇인지 따지는데 설명하는라 혼쭐이 나고 나도 함께 혼줄이 나면서 살구를 설명하고...
집에 돌아와 화병을 찾아 꺾어온 진달래꽃과 산수유꽃을 꼽아 놓자 집안이 환해졌습니다. 88살 노모께서 지난주에 노인회관에서 고스톱을 치고 나오시다가 주저 앉으셔서 허리가 아파 누워 계시는데 꼽아 놓은 꽃을 보고 "이제 봄이 왔구나~" 하십니다. 내일 유치원에서 화전 부친다고 꽃을 꺾어 오라고 했다고 설명을 드렸더니 별 것을 다 한다고 하십니다.
< 쑥을 씻어 쌀가루와 설탕과 소금간을 하여 쪄낸 쑥버무리 >
오늘(2013.04.15 월) 아침에 집식구가 쑥버무리를 했습니다.
깨끗히 씻은 쑥에 찹쌀가루와 소금, 설탕을 넣어 버무림후 찜통에 쪄내면 맛있는 쑥버무리가 됩니다.
지난해에도 몇 차례 먹었었는데 올 들어서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휴~ 어머니가 틀니를 빼 버리고 잇몸으로만 음식을 드신다고 고집하시기 시작한 후 맘대로 안 됩니다. 이 번 쑥버무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머니 드시기 편하시도록 아주 무르도록 푹 쪄 놓으니 나는 제 맛이 안 납니다. 그래도 향긋한 쑥내음을 맡으며 이렇게 간편하고 곡식도 별로 들어가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옛날에는 쑥버무리가 구황음식救荒飮食으로서 한 몫 하였겠구나 생각합니다.
그러고선 다른날과 달리 내가 애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향합니다.
어제 꺾어온 진달래꽃과 산수유꽃을 예쁜 포장지로 꽃다발을 만들어 아이가 손에 들고 유치원 교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이 반색을 하며 "선생님이 오늘 꽃다발을 받았어요"하면서 좋아 한다. 뒤 돌아 출근하여 일하면서 종일 아이가 화전을 잘 지졌을까? 맛은 어땠을까? 애가 저녁에 집에 와서 무어라 할까? 혹시 전처럼 화전을 지져서 한 접시 담아 오지 않을까? 풍성한 생각속에 봄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