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무슨 그런 옷을 입어!".. "남자는 역시 검은 옷을 입어야 멋져~ "

 

  여섯 살 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어떤 아이가 그렇지 않으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고, 발레리너가 되고 싶다고 하고,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하
고,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한동안은 노래를 즐려 부르더니 요즘은 자꾸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창의라고 해야할까? 창의력이라고 해야 할까? 고정관념에 빠진 내가 보기엔 너른 상상의 나라를 그린다.

잘쓴 육아일기가 따로 있겠지만 이렇게 사진과 글을 모아 두어도 나중엔 좋은 기억과 추억이 되겠지...

 

                                                                         .밝 누 리.

 

 

 

 

 

지난주말(2013.06.22 토) 길을 가다가 어항에 조그만 물고기가 담긴 것을 보더니 사달라고 조른다. 사가지고 왔는데 물 더 부어주고, 사료 주고, 물풀 등으로 꾸며주기를 하고는 스케치북을 가져와 물풀과 바닥에 가라앉은 색색의 콩알 같은 자갈들 까지 그려 내었다. 난 어려서나 지금이나 어항을 입체가 아닌 평면이지만 저렇게 그려낼 생각을 못하는데 애가 척척 그려내는 것이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신기하다.

 

 

 

 

 

 

저녁엔 탁상위에 제 어릴 때 사진이 든 액자를 척척 그려 내더니 가위로 오린다. 왜 오리느냐고 했더니 상위에 세워 놓을 것이라 한다. 채색하려다 갑자기 떼가 나 미완성이 되었지만 사진을 찍었다.

 

 

 

 


일요일(2013.06.23 일)엔 집을 그려 내었다. 그런데 집이며 창문이며 문패까지 하트 모양으로 그렸다.

요즘 다락방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여 제 엄마가 책을 몇 권 사 보도록 만들더니 갑자기 하트 무늬의 집을 그림으로 그련낸 것을 보니 아이가 요즘 집에 대해 생각이 많은 것일까? 

 

 


내가 여름에 입을 반팔 남방셔츠를 두 벌 샀다. 그런데 애가 보더니 대뜸 이상한 말을 한다.

 

   "남자가 무슨 그런 옷을 입어!.."
   "?? 그럼 무슨 옷을 입어야 하는데?"
   "남자는 역시 검은 옷을 입어야 멋져~ "


반팔 남방셔츠에 짙은 곤색과 엷은 하늘색으로 꽃 무늬가 있는데 그런 옷은 예뻐서 여자들이나 입는 옷이라는 것이다.

 

 

 

허~ 애에게 평소에 남녀의 차에 대해 그렇게 가르친 것 같지 않은데 왜 그런 고정관념이 생겼을까? 아이들 동화책에서? 유치원에서? TV만화나 다음 키즈짱 같은 유아 프로그램에서? 어디서 그런 생각을 얻어 그런 말을 할까? 이상하다 하고 있었는데, 새 옷을 빨아 널었는데 햇살 좋은 여름햇볕에 말라 오후에 입고 나들이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 옷 입지 말라고 했잖아~!"
   "...~~"
   "아빠는 남자답게 입어야지!!"


헛~ 아까 한 말이 지나는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옷을 벗을 수도 없고, 곧 울 것 같은 태세이니 안 벗을 수도 없고, 난, 지금 입을 옷이 없는데 어쩌니? 하고, 제 엄마가 남자도 저런 옷을 입을 수 있는 거야 하고, 그래도 안 된다던 아이가 "그럼 오늘 딱 한 번이야!"하면서 입으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유난히 기억력이 좋은 이 아이가 다음에 또 이 옷을 입는 것을 용납할지 모르겠다.

 

 

그 옷을 입고 차를 몰고 나섰다.
차 안에서 아이와 나는 노래를 주고 받는다. 오늘 부르는 노래는 "냉면"이다. 내 아이는 이상하게 아직 한글을 모르는데 가사를 잘 외운다. 또래의 다른 아이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독도는 우리땅"이나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 같은 노래도 가사도 잊지 않고 혼자서 간혹 부른다. 이 노래 "냉면"도 몇 차례 부르지 않았는데 제법 부른다.
  제 엄마는 아이에게 별 이상한 노래를 가르친다고 야단이지만 이 노래는 가요가 아닌 번안가곡이니 배워줄만 하다면서 계속하였는데...

 

"맛쭈타가 뭐야 맛좋다겠지~"


가사의 후렴의 가운데 부분의 "아이구나 맞좋다~"를 내가 배울 때 "아이구나 맛쭈타"로 배웠기에 난 습

관적으로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애는 그 말이 낯선 것 같다.


                 냉  면
                                    가곡, 미국 비블 라 콤파니〉(Vive la Compagnie)
                                    작곡가 박태준이 편곡한 후 가사를 붙임

 
 ♪ ♬ ~  1. 한촌사람 하루는 성내와서 구경을 하는데
                이골 - 목 저골목 다니면서 별별 것 보았네


  후렴:
      맛좋은 냉면이 여기있소 값싸고 달콤한 냉면이요
      냉면 국물 더 주시오 아이구나 맛좋다 ~
      냉~~면 냉~~면                                                
------    이 부분은 아무래도 원곡에는 없고 우리민요 장국

      물냉면에 불냉면에 비빔냉면 회냉면                              |- 타령에서 "강병철과 삼태기"가 노래를 재미있게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산답니다                        ---
---   하기 위해 붙여 넣었지 않을까 생각 된다.

 
  2. 이촌바위 혹하여 들어가서 냉면을 시켰네
      한참이나 맛있게 잘먹다가 재체기 나왔네


  3. 한오라기 코구멍에 나오는 것 손으로 빼냈네
     또나온다 줄줄줄 또 빼낸다 아직도 빼낸다.                ~ ♬ ♪


* 냉면/김치경 노래 http://me2.do/F547odXA  <== 클릭. 노래를 들으세요.
* 유튜브 강병철과 삼태기 냉면(후렴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포함) <== 클릭 http://youtu.be/eGYbxAGMrxw

 


늦은 점심으로 아이와 함께 냉면을 먹는다.
그런데 전 같았으면 누가 보거나 말거나 노래를 부르던 아이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아이는 처음 먹어보는 냉면인데 비빔냉면을 시켜 맵게 비비기 전에 면과 국물을 따로 그릇에 담아 주면서 내가 "♪ ♬ ~ 냉면국물 더 주시오~"하고 노래를 불렀더니 살짝 때리며 부르지 말라고 한다.


식당을 나와 차로 가면서 이젠 냉면국물이 뭔지 알겠지? 했더니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가사가 "아이구나 맛쭈타"로 바뀌었다. 왜냐고 물어보니 "이젠 맛쭈타가 좋아졌어~"한다. 그래 그러려무나...

 

 

 

육아일기?

어떤 할머니가 쓴 육아일기를 책으로 출판하였다는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난 육아일기는 안 쓰고 있지만 아이가 처음 한 말부터 지금까지 내가 들은 말들을 노트에 기록하여 두고 있다. 위의 말들도 어김없이 노트에 써 두었다.
무심한 아빠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글로 쓰고, 사진을 찍어 간간히 사연을 적어 놓을 생각이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

Posted by korea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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