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오는 날의 약속... |
첫 눈.. 누구나 첫 눈은 추억일 것이다.
오늘(2013.11.18 월) 첫 눈이 내렸다. 디카(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나섰지만 소복히 쌓인 눈이 아니어서 멋진 풍경을 잡을 수 없다. 그러면 어쩌랴~ 그래도 첫 눈이고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내린 것을...
첫 눈은 흔적없이 내리고 곳에 따라 산발적으로 내려 어디선 왔다고 하고 어디선 안 왔다고 하게 되니 약간만 거리가 떨어져도 첫 눈을 함께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첫 눈을 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려 본다.
<집 터밭에 내린 첫 눈>
<집 앞 산기슭에 내린 첫 눈>
군대가기 전이었으니 20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어느 아가씨와 약속을 하였다. 첫 눈 오는날 만나자.. 그러고는 퍽 애타게 첫 눈을 기다렸다.
당시는 휴대전화는 말할 것도 없고 삐삐도 집전화도 없던 시절이다. 그러니 할 말이 있으면 집으로 찾아 가야 했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 편지까지 쓰긴 그렇고, 그러니 찾아가는 것이 제일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청춘 남녀가 데이트를 해도 팔짱을 끼기는 커녕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10m쯤 앞에 아가씨가 가고 총각은 뒤따라 가는 것이 청춘 남녀의 데이트이던 시절에 첫 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는 기다리는 애탐을 어찌 필설로 표현할까?
그런데 그 해는 참 이상했다. 퍽 눈이 내리지 않았다.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았는데 여전히 눈이 내리지 않는다. 애타면서 집으로 찾아갈 수도 없고, 편지를 쓸 수도 없고, 계속 눈이 오지 않으니 다시 만날 방법이 없어 애를 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눈이 내렸다. 그렇지만 무늬만 눈이어서 오는 것인지 안 오는 것인지 구별이 안 될 만큼 이었으나 설레이면서 흥분한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갔다. 그러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두어 차례를 같은 경우를 겪었다. 왜 안 올까? 내가 싫어진 것일까? 애타는 마음이 고민으로 변했다.
결국 첫 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은 실현 되지 못했다.
마음에 그늘을 드리운채 지내다 어느날 그녀를 다시 만났다. 왜 첫 눈 오는난 안 왔느냐고 했더니 내게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그녀대로 첫 눈이다 싶으면 몇 번인가를 약속 장소에 나갔었다고 한다. 나와 그녀는 비록 가까운 시내에 함께 살고 있었지만 첫 눈이 나와 그녀가 사는 곳에 함께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첫 눈이란 그렇다.
대개 첫 눈은 나리는 듯 마는 듯 나리는 것이다. 찾아 가는 것 아니고는 특별한 연락방법이 없는 시절에는 첫 눈 오는 날의 약속을 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며칠 전 새벽에 마당에 나갔다가 크게 가족들을 불어 내었다.
"야~ 얼른와 봐! 눈 온다. 눈 와!"
헛! 알고보니 눈이 아니었다.
낙엽송의 가는 잎파리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이 눈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의 외침에 마당에 나온 식구들은 결국 내가 말한 첫 눈의 정체를 알아 내었다. 나이 들었어도 첫 눈은 여전히 반가운 것이어서였을까?
* 유튜뷰 동영상 눈이 나리네 http://youtu.be/wFCHjtkC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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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13.11.18 월] 첫 눈이 내렸다.
곳곳에 눈이 내리는 곳과 안 내리는 곳이 있지만 낮에 지인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금 눈이 많이 와요~"
첫 눈은 반갑지만 폭설이 내리는 것은 싫다.
온난화와 함께 멋지게 눈이 쌓이는 것을 보기 어려워 졌지만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포근한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밝 누 리.
[밝은 우리의 온 삶터]
-밝은 밝음이며, 온은 따뜻함(溫)이고 모두(全 온통)이며, 누리는 살아가는 세상이고 살아가는 역사 입니다-